[제316호 7/10] 내년 최저 임금은 올해보다 5% 오른 시간 당 9,62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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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종과 업무 특성 및 외국인 근로자의 국가별 물가 대비해 임금 따져야…
– 신규 고용 확대보다 설비 자동화를 고민하는 제조업체

내년도 최저 임금은 올해보다 5% 오른 시간 당 9,620원으로 확정됐다. 최근 몇 년간 큰 폭의 인상과 여러 악재를 감안하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경영계 입장인데 반해, 노동계는 지난 결정에 이어 이번에도 1만원을 넘지 못한 것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다수의 판유리와 창호 관련 2차 가공업체 고용주는 지속적으로 과도하게 인상되면서 앞으로 중소 제조업체의 인력난은 더욱 가중되고,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경영계가 강력히 주장해온 산업별 최저 임금 구분 적용과 내국인과 외국인 근로자와의 임금 책정을 달리해야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일률 적용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는 내국인과 비교해 의사소통과 숙련도가 떨어져 일의 능력은 최대 80% 수준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임금도 차등 지급하는 것이 맞고, 각 국가별 물가 수준을 통해 다르게 책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판유리와 창호 2차 가공업체는 외국인 근로자의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국인과 같은 조건으로 임금을 책정하면, 더욱 심각한 인력난에 처할 수도 있다. 외국인 근로자를 여러 명 고용하고 있는 모 제조업체는 “국가별로 물가가 모두 틀린데 우리나라 기준에 맞춰 임금을 책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외국인 근로자가 야근을 회피하고 퇴사해 다른 곳을 찾아 이직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일률적인 최저 임금은 외국인 근로자가 최대의 수혜를 보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일부 외국인 근로자는 정해 놓은 목표 급여만 도달하면 일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근로자는 최저 임금이 대폭 인상되어 기존보다 쉽게 목표한 급여를 충족할 수 있데 되었고, 산업별 구분 또한, 없기 때문에 편한 업종을 찾아 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제조업계의 고민은 깊어간다.
내국인과의 차등 지급과 국가별 물가를 대비해 임금 책정을 나누기 힘들면, 최저 임금 산입범위라도 확대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중소 규모의 판유리와 창호 2차 가공업은 계획 생산이 힘든 상황에서 고객의 주문에 따라 생산에 들어가고, 마감재라는 이유로 납기도 촉박하다. 따라서 야근을 비롯한 초과 근무가 타 업종 보다 많고, 수당을 더하면 임금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최저 임금은 고용주와 근로자 모두 매년 인상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같을 것이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과 경제 성장 전망을 비롯해 산업별로 구분해 업종의 특성을 이해하고,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실질적인 임금을 책정해야한다.
제조업체가 느끼는 최저 임금의 과도한 인상은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설비의 자동화 설치를 고민하게 만든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는 제조업체는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저 임금 인상의 목적은 우리 경제와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고, 실질임금을 높여 월급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도 담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저녁이 있는 삶과 신규 고용 확대가 목적이다. 그러나 제조업체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역행하는 제도가 될 수도 있다.
본지가 판유리와 창호 2차 가공업계를 취재한 결과, 정부의 바람대로 신규 고용 확대를 생각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다수의 업체는 오히려 기존 인력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설비의 자동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