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4호 10/10] 중국산 가공유리 완제품 수입 증가, 국내 관련 업계 위기감 조성 무분별하게 수입되는 중국산 가공유리 완제품 대응 방안에 고심

중국산 가공유리 양질과 하자제품 뒤섞여 수입된다는 의심의 눈초리까지/중국산 판유리 반덤핑 관세, 가공유리도 적용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해외 업체가 KS표시 인증을 쉽게 획득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

강화, 복층, 접합유리 등 중국산 가공유리 완제품의 수입이 증가하며, 국내 관련 업계에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기존에는 국내 생산이 어려운 특수 규격이나 이형 가공유리 제품이 수입의 주를 이루었으나, 현재는 국내에서도 제조가 가능한 보편적인 가공유리 완제품 수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주요 판유리 가공제품 수입실적(단위 ton)을 살펴보며, 복층유리는 2016년 3,581.8/17년 8,083.8/18년 10,431.8/19년 10,883.3으로 2016~19년 사이 한 번의 감소 폭 없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안전유리(강화/접합)도 계속 증가하고 있고, 거울은 19년도에만 18년 대비 감소했다. 특히, 90% 이상은 중국으로부터 수입되었고, 최근 복층유리의 경우는 100%에 근접하고 있다.
2016년부터 18년까지 판유리 업계는 호황 속에 일부 업체에서 납기 지연사태를 우려해 납품 처에 중국산 가공유리 완제품을 권유하기 시작한 것이 수입 증가의 폭을 키웠다는 목소리다. 그전까지 품질수준과 납기에 대해 반신반의 하던 중국산 가공유리 완제품의 인식이 이때부터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후 지속적으로 수입량이 증가하고, 중국 대규모의 판유리 메이커들까지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한국에 지사를 개설하는 등 적극적인 영업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중국 업체에서 가공유리 완제품에 대한 KS표시 인증 획득 건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내 판유리 가공 및 공사 업체에서 품질미달이 의심되는 저가의 중국산 가공유리 완제품을 수입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국내 일부 업체는 중국산 가공유리 완제품을 수입해 마치 국내에서 제조한 것처럼 자사 마크와 기타 품질의 우수성을 알리는 클럽 및 인증 마크를 찍어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수입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한 것처럼 위장해 원산지 표시 위반을 비롯한 마크 위변조에 해당하는 사기사례로 대대적인 단속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모업체 관계자는 “중국산 가공유리 완제품이 무분별하게 수입되면서 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면 국내 가공업체는 그동안 볼 수 없던 위기와 하자 보수만 전담하게 되어 결국 도태될 것”이라며 “이는 국내 판유리 제조업체를 비롯해 유통과 2차 가공 및 공사업체, 더 나아가 일반 소비자와 국가적 손실로 이어져 관련업체와 협회 및 단체가 힘을 합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중국산 가공유리 완제품은 좋은 설비를 바탕으로 양질의 제품도 생산되고 있으나 저가격을 내세운 수준 낮은 품질과 하자 불량품도 뒤섞여 수입 유통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태풍 피해로 해안가 초고층 건물에 중국산 가공유리 완제품이 적용된 외벽유리 파손 사고의 피해도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강력한 태풍에 이은 빌딩풍이 직접적인 파손피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해안가라는 지역을 감안하면, 최초 설계와 자재 선택에 있어 값싼 중국산 가공유리 완제품을 적용한건 품질을 무시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강하다.
본지는 관련 협회와 다수의 업계 관계자에게 증가하는 중국산 가공유리 완제품 수입에 대한 의견과 대응방안에 대해서도 들어보았다.
(사)한국판유리창호협회 관계자는 “중국의 가공유리 시장조사와 국내 가공제품의 품질평가 모형연구를 진행했고 현재 국내 가공유리 인증 제도를 실시해 정부 유관기관에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한국가공유리협회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쉽게 KS표시 인증을 획득하는 것부터가 가공유리 완제품 수입이 증가하는 원인으로 그 기회를 우리가 제공한 셈이 되었다”며 “해외 업체의 경우 KS인증 취득 방법과 절차를 개선해야한다”고 전했다.
중국 업체가 KS표시 인증을 너무 쉽게 획득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은 다수 관련업계 관계자의 입장이기도 하다. 국내 유리 관련업체가 유럽 등 외국의 품질인증을 획득하려면 까다로운 절차와 그에 따른 막대한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는데 KS표시 인증은 취득 자체가 너무 쉽다는 것이다.
모 업체 관계자는 중국산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내 자체의 기술력 확보와 자동화에 따른 생산성 확대도 필요하다며, 정부지원을 통한 스마트 공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또 가장 효과적인 대응방안으로는 중국산 플로트 판유리에 부과되는 반덤핑 관세를 가공유리 완제품에도 적용시켜야 관련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밖에 건축물에 대해 건설사나 시행사가 분양당시 중요 건축자재에 대한 원산지를 소비자가 충분히 인지할 수 있게 자세히 공개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예로 입지가 좋은 고분양가로 책정된 고층 건물의 외벽을 중국산 가공유리 완제품이 적용되는 것을 미리 소비자가 알았다면, 건물 전체의 품질 저하를 우려할 것이고, 건설사는 초기 자재 선정에 있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수입 제품을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사전에 고지하고, 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그러나 하자 및 불량품이 뒤섞여 유통되고, 수입 제품을 마치 국내에서 생산한 것처럼 꼼수를 부리는 일부터 없어야 한다.
한편, 무역위원회는 불공정무역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한국판유리창호협회에서 신고센터를 운영 중이며, 한국가공유리협회도 업계 애로사항과 품질 불만 신고센터를 운영 중이다.